당신은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합니다. 어느 날 평소 길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다음 날부터 다른 길을 택합니다. 그런데 그 다른 길에서 사고가 났다면, 당신은 평소 길에서 사고가 났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후회를 느낍니다. 결과는 같은데 감정은 다릅니다. 후회 회피 의사결정은 이 비대칭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한 갈래입니다.
후회의 두 종류
1982년 카네만과 트버스키는 후회를 두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작위 후회(regret of action)와 부작위 후회(regret of inaction). 작위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이고, 부작위 후회는 “안 한 일에 대한 후회”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작위 후회가 더 강합니다. 길게 보면 부작위 후회가 더 강합니다. “그때 그 일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그때 그 일을 안 했더라면”보다 오래갑니다.
이 비대칭이 의사결정을 왜곡합니다. 단기 후회가 두려운 사람은 행동을 안 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부작위 후회는 미래의 일이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평가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부작위 후회가 본 모습을 드러내고, 그때는 늦었습니다. 이 비대칭은 손실 회피와 사촌 관계입니다. 100원의 손실을 100원의 이득보다 두 배 무겁게 느끼는 손실 회피 메커니즘이 후회 회피의 단기/장기 비대칭과 같은 뿌리에서 자라납니다.
리얼라이즈 후회와 페이퍼 후회
금융 분야에서 자주 관찰되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이익은 빨리 실현하고 손실은 늦게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걸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10퍼센트 이익이 난 자산은 팔아서 이익을 확정하고, 10퍼센트 손실이 난 자산은 회복을 기다리며 보유합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정반대로 해야 하는데도 그렇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손실을 실현하면 그 손실이 “내 결정으로 인한 후회”로 확정됩니다. 보유하고 있는 동안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입니다. 페이퍼 손실은 후회를 유발하지 않지만 리얼라이즈 손실은 유발합니다. 결과는 같은데 감정은 다른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후회 최소화 vs 기대값 최대화
합리적 의사결정 이론은 기대값 최대화를 처방합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실제로는 후회 최소화를 한다고 관찰합니다. 두 처방이 같은 답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자주 갈립니다.
예시 하나. 두 직장이 있습니다. A 직장은 연봉 1억 원, 평탄한 경력. B 직장은 연봉 5천만 원이지만 5년 후 회사가 상장하면 5억 원어치 스톡옵션을 받을 확률이 30퍼센트. 기대값으로는 B가 우위입니다. 5천만 원 + 5억 원 × 0.3 = 2억 원이니까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A를 택합니다. B를 선택했다가 상장이 안 되면 “그때 A를 갔어야 했다”는 부작위 후회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을 비합리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효용 함수에 후회의 무게가 들어가 있다면, 그 함수 기준으로는 합리적입니다. 다만 그 후회 가중치가 객관적인지, 아니면 단기/장기 비대칭에 휘둘린 결과인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
제프 베이조스가 1994년 D.E. Shaw를 그만두고 아마존을 창업할 때 썼던 의사결정 방식이 유명합니다. “80세의 나를 떠올려 보고, 어떤 선택이 후회를 최소화할지 물어봤다.” 그가 떠올린 80세의 자기는 안전한 직장을 떠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단기 작위 후회보다 장기 부작위 후회가 클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레임의 핵심은 시간 척도를 옮긴 것입니다. 결정 직후의 감정이 아니라 수십 년 뒤의 감정으로 비교했습니다. 단기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작아지고, 부작위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커집니다. 80세 시점에서 두 후회를 비교하면 부작위 후회가 거의 항상 더 큽니다.
이 사고법은 베이조스만의 발명이 아닙니다. 1970년대에 제럴드 캐티거가 “후회 균형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프레임을 학계에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학문적 논문이 실용으로 옮겨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베이조스의 자전적 발언이 대중화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의사결정 시점의 자기 vs 결과 평가 시점의 자기
여기에 또 하나의 비대칭이 있습니다. 결정을 내릴 때의 자기와, 결과를 평가하는 시점의 자기가 다른 사람입니다. 결정 시점에는 정보가 제한적이었지만, 평가 시점에는 결과가 이미 보입니다. 평가 시점의 자기는 결정 시점의 자기가 무능했다고 판단합니다. 이게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bias)입니다.
이 편향을 줄이는 방법은 결정 일지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결정 당시 가지고 있던 정보, 고려한 시나리오, 예상 확률을 적어 둡니다. 시간이 지나서 결과를 평가할 때 이 일지를 펴서, 그 정보 안에서 그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따집니다. 결과가 나빠도 결정이 좋았을 수 있고, 결과가 좋아도 결정이 운에 의존했을 수 있습니다.
표본 한 번의 함정
후회 회피의 가장 큰 함정 중 하나는 한 번의 결과로 결정 품질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좋은 결정이 한 번의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나쁜 결정이 한 번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표본으로는 결정과 결과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표본 크기가 한 번이면, 통계적으로 그 결정의 품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기 결정을 한 번의 결과로 평가합니다. 손실 회피와 후회 회피가 합쳐져서 표본 크기 무시(sample size neglect)를 만듭니다. 행동경제학의 학문적 자리매김은 노벨재단의 카네만 수상 페이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가 받은 수상 사유는 “심리학 연구의 통찰을 경제학에 통합한 공로”였습니다.
후회 회피를 잘하는 사람의 특징
후회 회피 의사결정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단순합니다.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후회 회피적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결정 시점에 시간 척도를 의식적으로 옮깁니다. 80세, 또는 10년 뒤, 또는 한 달 뒤. 이 척도 위에서 비교하면 단기 작위 후회의 무게가 줄어듭니다.
못하는 사람은 결정 시점의 감정에 휩쓸립니다. 단기 후회만 크게 느끼고 부작위 후회는 못 느낍니다. 그 결과 행동을 안 하는 쪽으로 편향됩니다. 시간이 지나서 부작위 후회가 도달했을 때는 이미 그 선택지가 없어진 뒤입니다.
한 가지 더 짚을 점은, 후회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결정에는 후회가 따라옵니다. 단기 후회는 일주일이면 옅어지고, 부작위 후회는 평생 갑니다. 두 후회 중 어느 쪽을 감수할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다른 결정을 갖게 됩니다.